최근 강남 납치·살해사건으로 암호화폐(가상자산) 악성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원흉이 된 퓨리에버(PURE) 코인은 국내 기업 유니네트워크가 발행한 코인이다. 국내 원화마켓 중 유일하게 코인원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일명 '나홀로 상장' 코인으로 불린다. 단독 상장된 코인들은 한 거래소에서만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다. 거래지원이 종료되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위험도 있다.
11일 기준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 나홀로 상장(단독상장)한 암호화폐는 모두 279개로 나타났다. 5개 거래소 중에 가장 단독 상장이 많은 거래소는 최근 강남 코인 사건 거래소로 언급되고 있는 코인원이었다. 코인원에서 거래되는 181개 암호화폐 중 90개는 나홀로 상장한 암호화폐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 기준 80개보다 10여개 늘었다. 최근 원화마켓들이 신규 상장을 대거 진행하면서 나홀로 상장 암호화폐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6개월 국내 원화마켓에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는 모두 38개다.
나홀로 상장 중 반 이상이 '김치코인'…"변동성 극심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 상장한 암호화폐 770개 중 단독상장한 종목은 모두 188개로 확인됐다. 단독 상장한 암호화폐 중 57%가 국내 암호화폐인 '김치코인'이었다. 국내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19조원) 중 9%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34%(132개)는 시총 1억원 이하 소규모로 급격한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폐지(거래지원 중단)된 암호화폐 68종(중복 제외) 중 약 70%는 나홀로 상장 코인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원화마켓 내 거래 상위 10개 종목 중 나홀로 상장 코인은 5개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코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매우 투기적인 성향이 강함을 나타낸다.
나홀로 상장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시가 총액도 크지 않다. 적은 금액으로도 가격이 급등락하기 때문에 '펌프앤덤프'(Pump and Dump)의 타깃이 되기도 쉽다. 가격을 올려 투자자들을 모은 뒤 내던지는 펌프앤덤프는 증권시장에서 언급되는 '설거지' 수법과 비슷하다.
상장 청탁·비자금 조성 의혹까지…더욱 엄격한 관리 시급해
실제로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아로와나(ARW) 토큰 역시 빗썸에 나홀로 상장된 암호화폐다. 아로와나 토큰은 상장 당일 1000배가 상승하는 등 이상 급등세를 보인 토큰이다. 날치기 상장부터 한컴그룹 비자금까지 해당 코인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토큰 시세조작 등과 관련된 녹취록 사실확인 등에 조사 중이다.
거래소들은 상장 과정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한 재단과 프로젝트팀의 역량과 조건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지원 검토단계에서 프로젝트 비즈니스모델, 기술역량, 법률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거래지원 후에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코인들에 대한 상장 청탁 의혹들도 이어지면서 상장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발행·공시 체계를 더욱 엄격히 해 암호화폐 발행사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내는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으로 아무나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누가 발행하는지, 책임주체는 누구인지 정부가 감독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강남 납치·살해 사건은 관련 법 제정을 게을리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부터 미카(MiCA)법을 시행하는 유럽에서는 발행·공시 규제, 불공정행위 규제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 육성에 나선다"며 "우리나라도 암호화폐에 대한 발행공시규제를 만들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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