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파산한 지역은행 매각을 막후에서 논의하던 지난달 30일(현지시각), BTC(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일일 거래량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강세장 때를 포함해 비트코인 14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었다. 그리고 이달 2일 JP모건 체이스는 미국 은행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을 기록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매각 전까지 퍼스트 리퍼블릭 자산을 압류하고 있었다.
비트코인 거래량 증가와 지역은행 파산이 정확히 연관된 건 아니다. 그러나 두 사건이 겹친 시점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경제 상황에서 암호화폐 산업과 비트코인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규제당국과 입법부가 암호화폐 산업 확대를 막고자 노력 중이나, 민간 은행들은 이미 자체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몇 주간 지속된 주가 폭락과 불확실성 끝에,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나섰다. 대규모 인출 사태 및 은행업계 전반의 위기 전파, 예금보험기금 손실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FDIC는 곧이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에 매각했다. JP모건은 이를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까지 조달 받으며 월요일 시장 개장 전 부랴부랴 인수를 마무리 지었는데, 워낙 급속으로 진행된 만큼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회장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정부가 은행들이 나서주길 요청해서 우리가 나섰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옹호자라면, 다이먼 회장이 ‘블록체인’ 기술은 높이 평가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 사례였다. (참고로 워싱턴 뮤추얼의 파산은 비트코인이 태동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었다.) 물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한 원인은 경영상의 실패도 있겠지만, 경제학자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연준의 통화 긴축 스탠스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올 초 실버게이트 은행,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 파산도 급격한 금리 인상과 통화긴축이 원인이었다.
특히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 거래량 증가는 방향성을 대중에 두고 있는 암호화폐 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는 중앙은행과 기득권에 대항하는 유일한 세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구제를 놓고 다시 한 번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연방예금기금 손실을 막기 위한 과정에서 ‘모든 미국 은행은 대마불사’라고 말한 정부 당국도 자신들의 의사결정 때문에 특정 기득권만 보호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비트코인이 오늘날 미국 달러화처럼 정당한 글로벌 기축 통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트코인은 대안적 통화 시스템으로 부상했다. (달러화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반면) 비트코인은 고정된 발행 스케줄 등 사회적 합의로 설정된 원칙을 따른다는 점이 매력이다. 지난 번 은행 파산 시기에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고, 이번에도 다시 상승장을 탈 지 모른다. 그렇다고 꼭 비트코인이 금융 위기에 대한 리스크 헤지 수단이라거나, 사람들이 신뢰를 잃어가는 은행보다는 따로 신뢰가 필요 없는 ‘무신뢰’ 금융 시스템을 선호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래량 경신 타이밍은 순전히 부수적인 것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지원 네트워크 구현이 가능한 비트코인 오디널스(Ordinals) 프로토콜 런칭 후 비트코인 거래량은 이미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블록웍스(Blockwork)가 인용한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새겨진 오디널스는 239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비트코인 NFT가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이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자들에게 높은 거래 수수료를 제공하고 비트코인의 장기 ‘보안 예산’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됨) 모든 비트코인 옹호자들이 오디널스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통화 사용자만을 위한 순수한 네트워크로 남아야 하며 NFT 같은 디지털 수집품은 쓸데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겐 안됐지만, 비트코인은 오픈 소스 네트워크다. 누구나 기술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 글로벌 경제에서 비트코인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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